심플하지 않으니 베스트가 아니다
3월 경 KALPA 1주년 이벤트 기간을 시작으로 벌써 한달 가량 이 게임을 플레이 했다. 엄지족이 할만한 게임으로 찾다가 하게 되었는데 리듬게임 파트에 있어선 곡의 난이도 표기가 조금 애매할 때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이다.
그러나 영세한 제작사에서의 작품인 만큼 부족한 부분들이 없다곤 할 수 없는데, 이번에 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UI/UX 디자인
KALPA는 이제 출시 1주년을 맞이한 게임이다. 과거 나는 펀딩 소식만 들었을 뿐 출시 후 플레이는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것이 첫 런칭시기와 비교해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것도 개선된 결과라면 참 미안하지만, 그래도 좀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일단, 난이도 선택 버튼이 불편하다. 하나의 버튼을 눌러 그 다음 단계로 바꾸는 방식이다. NORMAL > HARD > HARD+ > ARCADE > KALPA 순이다. 비슷한 다이아몬드 디자인 컨셉의 UI를 지닌 VOEZ가 이런 방식인데 문제는 이 게임은 난이도 단계가 그 작품과 달리 5단계라는 것이다. 다음 단계를 잠깐 플레이 했다가 원래 단계로 복귀 하기 위해서 버튼을 4번은 눌러야 하며 엄지 패턴과 다지 패턴을 전환하는데에도 많은 터치를 요구한다.
물론 일반적인 리듬 게임에서 하나의 난이도에서 다른 난이도로의 전환이 그리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전에 다른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엄지와 다지는 단순 손가락 갯수의 차이가 아니다. 이는 포터블 게이밍과 거치 플레이를 대변하는 것으로 유저는 환경에 따라서 자주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 엄지와 다지를 그룹화하여 쉽게 모드를 전환할수 있게 하고, 그 하위 난이도들은 업다운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보다 직관적이고 편한 조작을 제공 할 수 있었을 텐데, 이것을 원버튼으로 모두 처리하려고 하니 수없이 많은 터치를 해야 하는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일일/주간 미션 버튼 및 창 위치 또한 불편하다. 위의 스샷에서 현재곡 바로 옆에 붙어있는 터치하기도 힘든 곳에 조그맣게 달려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열때도 불편하지만 열어보면 미션 창이 곡 목록 위로 펼쳐지는 바람에 닫을때 미스터치가 잦다. 이는 반응형 모바일 블로그 메뉴 카테고리 열고 닫다가 본문 글 목록이 눌려 페이지가 넘어가는 수준의 어처구니 없는 경우다.
차라리 곡 목록을 오른쪽으로 치워버리면 어떨까? 곡 선택 이후 플레이 시작까지 모두 한쪽에서 처리가 가능해지는 데다가, 난이도 및 모드 선택, 미션 보기 등의 옵션들은 왼쪽으로 모아지니 기능에 다른 분류가 되어 보다 직관적인 것은 물론이고 서로 위치가 겹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미션 달성할 때마다 매번 누르고 열어서 보상을 수령해줘야 하는데, 이렇게 번거로울 것이라면 차라리 업적메뉴와 통합해서 업적 달성 처럼 알림만 띄워주고 알아서 보상 수령해주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기까지 하다.
게다가 팩 선택이 초기화 되는 것 역시 문제다. 플레이한 현재곡의 선택이 풀리지는 않아 다시 해당 곡을 플레이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해당 팩의 다음 곡을 플레이 하기 위해서 다시금 해당 팩을 또 선택해줘야 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롭다.
그리고 이미 플레이한 곡의 RISK 클리어와 풀콤보의 구분도 어렵다. 물론 달성한 랭크 또한 랭크순으로 정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곡 선택시에만 볼 수 있으므로 이것 역시 편하다곤 할 수 없지만, RISK 클리어/풀콤보 표시 만큼 알아보기 어렵다곤 할 수 없다.
일단 디자인은 컨셉에 충실하게 다이아몬드 모양의 작은 사각 뱃지 모양이다. 그 다이아몬드 모양 자체에 어떠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는데다가 RISK 클리어/풀콤보 모두 동일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약간의 색상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 것인데, 이것이 금은동 수준의 색상 자체에 의미를 지닌 것도 아니고, 빨녹파 정도의 차별을 둔 것도 아니다. 둘다 레드계열인데 약간의 RISK가 주홍기가 더 도는 것이라서 일반 클리어와 다르게 표시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초심자에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요소이며, 장기 미접속 후 복귀하는 유저들 마저 잊어버릴 만한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디자인 컨셉에 집착한 나머지 사용자 경험을 무시한 측면이 없지 않다.
리겜판이 워낙 고이기로 유명한터라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만 멀쩡하다면 이런 사소한 UI/UX 문제를 안고 1년 넘게 플레이 하는 것이 놀라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신규 유저 영입을 위해 어디가서 자랑할 만한 것 또한 아니니 고쳐지길 희망한다.
스토리 텔링
이건 스샷을 찍을까 하다가 스샷까지 필요한 일인가 싶어 그냥 이야기 한다.
솔직히 캐릭터와 스토리는 정말 구색 맞추기 수준이다. 마을에서 쓸데없이 많은 NPC들의 심부름을 한 후 용사의 검을 뽑고 동료와 함께 마을을 떠나 여행을 시작하는 순간에서 끝난 Deemo 2의 스토리가 결코 좋다고 할 순 없지만 그 내용과는 별개로 연출 자체는 좋았다.
그에 반면 KALPA는 캐릭터와 스토리, 그냥 지워버리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허접한 비주얼 노벨 파트도 짜증나 죽겠는데, 메로나 랩에서 스크립트만 올라오는 부분은 끔찍한 수준이다. 흥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데 그 전달 방식 마저 구리니 그냥 지워버리는 쪽이 더 깔끔하고 게임 플레이에 도움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끔찍한 백야극광은 그쪽이 캐릭터 팔이의 핵심 파트인 것과 달리 이쪽은 캐릭터 조형이 떨어져 수익 모델과 상관이 없는 수준이니 말이다.
지금 이상태론 내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생길 일은 절대 없다. 차라리 Deemo에서 나무 키우듯 방치형으로 Live2D 다마고찌 여신키우기를 하나 메인에 탑재해놓고 성장할 때마다 한 두마디 옹알이 하게 시켜놓는 편이 백배 천배 나을 것이다.
물론 열심히 만든 공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방향성이 잘 못 되었으니, 이를 개선할 여력이 없다면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아둥바둥 거리기 보단 선택과 집중을 위해 그냥 지워버리는 쪽이 유저와 개발자, 양쪽 모두에게 좋다고 본다.
최고가 아니어도 좋다
이 게임이 잘나갔으면 하지만, 사실 궂이 최고가 아닌 상태만으로도 나는 좋다. 당장에 과금한 타 리겜들의 수록곡도 다 플레이 하지 못해 그저 서브겜으로 시작한 것인지라 다음 2주년 할인까지 과금이 급하지 않다. 한동안 무과금 플레이를 할 예정이라 문제가 있어도 무료라는 생각을 하면 크게 불만이 생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과금 이후에도 내가 이럴거란 생각은 들지 않고, 그보다 과금하기도 전에 서비스 종료나는 꼴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러니 최고가 아니더라도 좋은데, 최소한 멀쩡한 상태로는 남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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